저번 주말에, 술집을 운영하는 동생이 신메뉴 테스트 겸 오랜만에 보자고 해서 갔었습니다.
염증수치가 워낙 높다보니 술은 못마셨지만....😂
무튼, 이 어려운 시기에도 꽤나 장사가 잘되어서 다행이었는데
저한테 굉장히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구요.
형님, 대체 왜 술을 마시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개XX가 되는건가요?
저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물론 이것만 보여주진 않았구요,
이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관점과 정신분석학적 관점 두 가지를 모두 알아야 한다.
(벌써 썩은 동태눈깔 되는 녀석에게)
대신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테니, 조금만 참고 들으면 아주 속이 시원해질 거다.
라고 말했고
실제로 완전히 이해했어!! 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만
이미 그놈도 술을 많이 먹은 상태여서,
나중에 보라고 이왕 블로그 하는거 전공 살려서 끄적여 보겠습니다.
▲술을 마시면 갈지자로 걷는 이유
술은 여러가지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나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우는
우리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영역,
[소뇌]는 우리 몸의 균형감각을 담당하는데,
알코올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소뇌(해마 포함)입니다.
그래서 술에 취하면,
사실상 알콜이 든 욕조에다가 소뇌를 절여놓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균형감각을 잃고 갈지之 자로 걷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음주운전 단속 때 경찰의 재량으로 강제로 하차시켜 걷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 인간이 제대로 된 판단을,
즉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으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내 몸에 대한 통제력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하겠죠?
저 하늘 위에서 빌딩으로 집어던져진 사람이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할 리가 없듯이,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소뇌가 맛탱이가 가버리면,
각자 나름대로 알코올에 의한 공격을 받고 있는 다른 뇌 부위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어떻게 되죠?
멍~해지면서 정신을 놔버리거나,
반대로 아주아주 예민해집니다.
즉,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단순히 균형감각을 잃는 것만이 아니라,
가뜩이나 알코올에 대응하느라 애쓰고 있는
중뇌, 간뇌, 대뇌 등에 더더욱 스트레스를 가하게 되면서
외부에서의 반응에 대해 아예 무감각해지거나
(아픈걸 잘 못느끼는, 또는 자버리는)
오히려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걸로 엄청 화내는, 또는 아주 즐거워하는)
생물학적으로는 이렇습니다만,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으실 겁니다.
취하면 단순히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사람들.
대체 어떤 모습이 저 사람의 참모습일까?
혹시,
술에 취한 저 모습이 진짜 저 사람의 참모습인 걸까?
혹시, 그 모습이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일까?
그게 아니라 해도,
농담처럼 얘기하는,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진실일까?
사실 동생은 그걸 더 알고 싶어하더라구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려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크게 나눠서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좀 더 잘게 나누면
의식/전의식/무의식으로 나누어집니다.
사진을 보면, 무의식의 영역에 참 거시기한 것들이 들어가있죠.
저런 것들은 어째서 무의식으로 숨어들어가있을까요?
우리 중, 나를 둘러싼 환경에 외면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청소년들은 또래친구/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성인이 되서는 교수님/직장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주변 환경에 인정받을 만한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외면받거나, 미움받을 만한 욕망이나 생각들을 마음 속으로 감춥니다.
이를 '억압'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억압에도 내 심리적 에너지는 소모되며,
많은 욕망과 생각을 억압할수록
아주 강하게 억압할수록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인간 마음의 95%를 차지하는 마음을 완벽하게 평생 억압하고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외부환경의 압박에서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든 풀어내기 위해
'방어기제'라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그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중요한건 이게 아니거든요.
방어기제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외부로부터의 압박'에서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즉 '수동적인 심리기제'라면
'내가 편하기 위해 남에게 압박을 주는 방어기제'
즉, '적극적인 심리기제'가 존재합니다.
계속 무거운 얘길 했으니, 좋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을 아주아주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설령 기분이 나쁜 상태인 사람일지라도
가급적이면 A에게는 무례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어렵겠죠?
그림으로 설명해보면 이렇습니다.
사실, B에게 존중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A입니다.
A는 자신이 존중받고 싶기에,
B라는 사람에게 '존중과 배려'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B라는 사람의 감정을 조종합니다.
이를 '환심 사기의 투사적 동일시'라고 합니다.
물론, 저 정도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아주 바람직한 행위라고 볼 수 있겠죠?
말이 조종이지,
'존중받고 싶으면 나부터 남을 존중해라'라는
너무나 상식적인 말과 다를게 없습니다.
살다보면, 주변에서 소위 '진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걸로 시비를 걸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사과를 요구합니다.
사실은, 이 사람들도 앞서서 봤던 A씨처럼
'남에게 존중받기 위해'그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진상 아저씨는,
사실 담배를 빨리 가져다 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쩔쩔매면서도, 분명히 무례한 짓을 당하고 있음에도 더 큰 진상이 날까봐
죄송하지 않은데도 죄송하다고 하는 알바생의 모습
갑자기 새치기를 당했는데도
자기한테까지 X랄 할까봐 가만히 보고있는 먼저 온 손님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존중받고 있어. 봐봐. 이런 짓을 하는데도 내게 아무 해도 못미치잖아? 난 대단해!!]
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이를 '힘의 투사적 동일시'라고 합니다.
환심 사기의 투사적 동일시.
술을 마시면 이상하게 친절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힘의 투사적 동일시.
술을 마시면 이상하게 거칠어지고, 특히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소에 이성 또는 자아에 억압받아 웅크리고 있던 무의식속 욕망들은,
술을 마시면 그 억압력이 약해지므로
방어기제 중 반동형성처럼,
타인에게 억압된 욕망을 풀기 위해서 투사적 동일시를 걸게 됩니다.
※반동형성이란?
용납되기 어려운 욕망을 억압하기 위해 그 욕망과는 정반대의 감정이나 행동을 표현하는 것.
너무 싫은 직장 상사에게 오히려 잘해주고 아첨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시.
만약 직장 상사와의 술자리에서 과음을 해버린다면... 어떻게 될지 아시겠죠?
즉,
취중 진담은 결론적으로 반 정도는 사실입니다.
자기 자신이 평소에 숨겨왔던 욕망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가에 따라서
그 행위가 바람직하게 보일 수도,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그 사람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아닌
'그 사람이 내게 던지는 말과 행동으로써 내게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억압하는게 많아지고
그만큼 억압하는 능력도 커지며
억압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기에
솔직해지기가 정말 정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술에 힘을 빌어, 가끔은
억압받느라 지친 욕망과
억압하느라 지친 뇌를 쉬어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 술에 취한 사람이,
아니면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나를 기분나쁘게 만드려 한다면,
기독교인이라면 긍휼을 떠올리고
불교인이라면 자비를 떠올리고
무교라면 오늘 이 글을 떠올리며
개가 된 사람을 잘 보듬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선 넘으면 알 바 아닙니다.
스스로를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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