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보는 눈들이 서로를 찾는 곳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자본론에 입각하여, 미술 작품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이해도는 개인의 지식량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미술품은 단순한 투자나 경제적 수단을 넘어, 지식량이 유사한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을 형성할 확률이 높다.
물론 Dewey(1934)는 미적 경험이 지적 수준과 무관하게 보편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인정하더라도 ‘공감능력의 깊이’는 결국 지식과 경험의 축적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미술 작품의 의미와 상징성을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교육과 지식량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Bourdieu(1984)의 『구별짓기』는 실제로 예술 향유의 깊이와 세부적 이해력은 높은 교육 수준과 상관성이 강력히 나타남을 경험적으로 제시한다.
2. 계층 전에 집단이 있더라
사회학의 호모필리(Homophily) 이론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향이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지적 수준이나 문화적 자본이 높은 사람들은 특정 정신적 공간(예: 미술관, 전시회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내집단을 형성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외집단과의 구분을 초래하게 된다.
물론 현대사회는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 정보 접근성의 보편화로 인해 지적 경계를 넘은 교류가 이전보다 활발히 발생하하지만,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조차 알고리즘과 콘텐츠 필터링을 통해 결국에는 ‘문화적·지적 취향이 유사한 이들끼리 연결되는 경향성’을 강화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Bakshy et al., 2015,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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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식은 지혜를 낳는다
지혜를 상황에 맞는 대응과 응용 능력으로 간주한다면, 지식의 축적이 지혜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Sternberg(1990)의 연구와 같이, 지식량이 많은 집단은 데이터와 상황을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상대적으로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Sternberg(1990)의 연구에 따르면, 지혜는 실용적·감정적·도덕적 요소가 강하게 개입하는 복합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 역시 기본적으로 지식과 교육 경험에 의해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질 수 있다. 즉, 지혜의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사용하기 위한 '기초 재료'는 지식에 기반한다.
Sternberg(2005)의 『Balance Theory of Wisdom』에 따르면, 지혜는 실제로 지식 기반을 활용하여 복잡한 상황에서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핵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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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산목록에는, 흐릿하게 지혜라는 글씨 자욱만 남겨져 있었다.
Heckman(2006)의 인지격차(Cognitive Gap) 이론은 경제적 격차의 근원을 단순한 물질적 자원 차이가 아닌, 학습 기회와 인지적 자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는 결국 정신적 계층화가 경제적 계층화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시사한다.
물론 Piketty(2014), 『21세기 자본』에서처럼, 경제적 자원이 우선이며, 그것이 교육 접근성을 결정하고, 다시 지적 수준을 높이는 선순환(또는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반대 주장도 강력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Goldin & Katz(2008)의 연구에서처럼, 『교육 수준의 차이』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사례가 있으며, 적어도 연쇄적인 경제적 계층화의 원인으로서 정신적 계층화가 작용한다는 것은 일목요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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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척은 결속감을 낳고
사회심리학에서 Tajfel과 Turner(1979)가 제안한 내집단(Ingroup)-외집단(Outgroup) 이론에 따르면, 지식과 문화적 자본의 차이가 특정 집단 간의 정신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내집단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우월성을 강화하며 외집단을 배제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다.
물론 Allport(1954)의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에 따르면 이질적 집단 간의 교류는 오히려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집단이 나뉜 후'에 발생하는 일이며, Bourdieu가 말했듯 문화적 교류와 접촉이 오히려 우세한 문화적 자본을 지닌 내집단의 가치와 취향이 표준이 되는 현상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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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윗층은 뭘로 지어졌는가?
DiMaggio(1987)의 엘리트 네트워크 이론에 근거할 때, 미술품 및 예술이라는 정신적 교류 공간은 지적 자본이 높은 집단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촉진하여 정신적 계층화 및 사회적 격차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물론 Peterson & Kern(1996)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 현대사회에서 문화적 잡식성(Omnivorousness)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계층 간 교류와 사회적 이동의 통로로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는 '해당 예술을 좋아하는 개인'이 해당 내집단으로 합류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Rivera(2015)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엘리트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나 온라인 및 다양한 환경에서 오히려 더욱 미묘하고 강력한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에 노출 될 수 있는 부유층에서 예술계를 자신들의 리그화 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지식수준이 예술품을 중심으로 한 사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현상을 유도하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보자는 것이 정신계층 가설이다.
- 지식량과 예술적 공감능력 간 상관관계로 인해 정신적·사회적 집단화가 형성된다.
- 이 집단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결국 사회적 계층화를 유발하는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가 된다.
- 이 현상이 결과적으로 부유층 중심의 ‘예술계의 리그화’로 나타난다는 사회적 비판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지적 수준이 높은 이들 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유 공동체의 현상으로 보자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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